사람들은 지하 생활자들을 '두더지 인간'이라고 부른다.
‘두더지 인간들’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또 여러 방식으로 묘사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잊힌 사람들’, ‘부랑자’, ‘떠돌이’, ‘거지’ 등등. 그리고 그들은 판자촌과 빈민가, 버려진 화차, 하수구 등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버림받은 사람들의 세계에서도 철저히 버림받은 존재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인간이 아닌 동물로 여긴다. 그들은 본능에 의존하며, 더이상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래서 지상의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무서워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힘이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단지 나 자신의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없진 않겠지만 이 글은 제니퍼 토스의 <두더지 인간>을 읽고 느꼈던 그 충격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날 사로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솔직히 말하겠다.
이렇게 훌륭한 글이 어떻게 소설로 쓰여지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주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러분들도 아마 그런 느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어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맞닥뜨린 기분이랄까? 살다 보면 종종 그런 순간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나는 이 책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느낀 이 감정을 되돌려주고 싶은 욕구가 물밀듯이 나의 가슴을 후려친 것이다.
나는 이들의 삶을 통해 진정 삶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그 심오함을, 또는 인간의 문명과 그늘, 그것의 불평등을 같이 느껴보고자 하였으며 내가 원한 것은 단지 시각의 변화였다. 이 책이 가진 본래의 내용과 힘은 되도록이면 훼손되지 않게 그리고 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은 그대로 두었다는 점을 밝히겠다. 왜냐하면 그것이 보다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내가 소설 형식을 빌어 바꾼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의 삶을 영원히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으며,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미래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는 것을 부디 고려해 주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저자인 제니퍼 토스에게는 내가 이 글을 쓴 것에 대한 불편함과 경솔함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바이며, 나 또한 이들의 삶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점과 에오라지 느꼈을 이 감정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서였다는 점을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변명해 보고자 함이며, 아울러 조금이나마 너그러운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리고자 하는 바이다.
다시 한번 제니퍼 토스께 심심한 양해를 고한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터널 생활의 현실과 그들이 이루고 사는 공동체에 대해 말해줄 뿐 아니라 그들의 의사소통 네트워크, 그들과 정부 기관 및 자선 프로그램 혹은 비영리 지원 단체와의 대립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하세계 노숙인들에 관한 진실, 그들을 접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믿기조차 힘든 진실을 일부나마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과 이들의 삶은 뉴욕시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우리는 우리 이름과 함께 우리의 과거와 실패를 지상에 두고 왔어요.’
-제니퍼 토스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라는 시골 출신이며, 미술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작품집으로는 에세이 '겉표지', '삶은 독백이다:사랑에 대하여, 예술에 대하여', 소설로는 '인간말종', '모호한 관계', '아이스 피쉬', '장미성운', '지렁이'등이 있으며, 다수의 미완성 작품을 집필중입니다.
시집으로는 '그대에게 한 송이 꽃을 바치는 것은', '내 생의 흘러가는 시간들을 위하여 모래의 먼지들로 한 줄 시를 쓴다', '빅뱅' 등이 있습니다.